"배에서 '멍멍' 소리 안 들려?"…끔찍했던 개고기 '첫 경험' [이슈+]

입력 2022-11-05 21:35   수정 2022-11-05 22:36


#1 "제가 중학교 때 아버지와 단둘이서 저녁을 먹게 된 날, 김치찌개에 보기에도, 식감도 낯선 고기가 들어있었어요.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었는데, 다 먹고 나니 아버지께서 '배에서 멍멍 소리 안 들려?'라고 웃으며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그 자리에서 화장실로 직행했고 곧바로 다 먹은 걸 게워낸 기억이 있습니다." 홍 모(30대·남) 씨

#2 "주말에 회사 이사님 댁에서 야유회를 했습니다. 마당이 넓은 전원주택이었는데, 큰 개들이 많이 있었어요. 점심 메뉴로는 보신탕이 나왔고, 저는 한술도 뜨지 못하고 빈속에 술만 마시다 왔습니다." 김 모(30대·남) 씨

최근 1년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는 한국인 2명 중 1명은 타인에 의해 억지로 먹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닐슨코리아는 최근 국제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의뢰로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2일까지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국 개고기 소비와 인식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6.7%(250명)다. 16.7%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2%는 '개고기를 먹고 싶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는 2명 중 1명은 '타인에 의해 억지로' 먹었던 셈이다. 이런 응답은 20대(53.6%), 30대(46.4%), 40대(43.7%), 50대(37.1%) 등 젊을수록 강했다.

개고기를 권유했던 상대는 아버지가 29.2%로 1위, 이어 직장 상사(22%) 등 순으로 나타났다. 주로 윗사람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개 식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개 식용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84.6%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이 중 한 번이라도 개 식용 경험이 있지만, '앞으로는 먹지 않겠다'는 응답은 38.7%로 나타났다. '먹어본 경험도 없고 앞으로도 먹지 않겠다'는 응답도 45.9%로 전년 대비 5.6% 늘어났다.


또 응답자의 63.7%는 '식용으로 길러지는 과정에서의 적절한 보호와 복지가 제공되지 않는 점'을 우려했다. 53.1%는 개고기가 안전하고 위생적인 식품이 아니라고 했다. 개고기 소비를 반대하는 이유를 물은 결과 비윤리적이라는 응답이 57.5%로 1위, 이어 비위생적(48.1%), 불법(42.9%),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오래된 관습(42.5%), 반려동물이기 때문(37.0%) 순으로 나타났다.

개 식용 문제는 1980년대부터 사회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꼽혀왔다. 이와 동시에 국내에서는 여전히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해묵은 논란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 종식'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서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 여사는 지난 6월 13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개 식용 종식을 주장한 바 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을 동반하지 않고 홀로 목소리를 낸 건 이 인터뷰가 처음이었는데, 첫 주제는 '동물권 보호'였다.

당시 김 여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동물 학대와 유기견 방치, 개 식용 문제 등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 한국에 대한 반 정서를 가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문화는 선진국과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개 식용 종식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영세한 식용업체들에 업종 전환을 위한 정책 지원을 해주는 방식도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상경 HSI 팀장은 "이미 대다수 국민이 개고기를 먹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개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분위기나 자리가 아직도 만들어지는 게 안타깝다"며 "비윤리적, 비위생적 그리고 불법으로 도살 및 유통돼 식탁 위에 오르는 개고기는 본인도 줄이고 남에게 권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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